
2025년 12월 2일,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의 지형도를 뒤흔들 만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가 국내 유력 딜러사 4곳과 공식적으로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 뒤에는 항상 A/S 불안과 브랜드 신뢰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지커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테슬라와 같은 '온라인 직판'이 아닌, '검증된 대형 딜러사와의 연합'이라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지커가 왜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번에 손을 잡은 4대 딜러사(KCC, 아이언EV, ZK모빌리티, 에이치모빌리티ZK)가 갖는 파괴력과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전략의 전환: 왜 '테슬라 방식'이 아닌 '전통 딜러'인가?
수입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와 폴스타는 그동안 '100% 온라인 직접 판매(D2C)'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 방식은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바로 '서비스 인프라의 부족'과 '대면 고객 관리(Touch Point)의 부재'입니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심리적 장벽이 여전히 높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판매 방식은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입니다. "차를 샀는데 회사가 철수하면 어떡하지?", "고장이 나면 어디서 고쳐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커(Zeekr)는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오늘 체결된 계약의 핵심 전략은 마케팅 용어로 '신뢰 전이(Trust Transfer)'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아직 한국에서 낯선 '지커'라는 브랜드를 소비자가 믿게 만들기 위해, 이미 소비자가 신뢰하고 있는 '벤츠', '아우디', '렉서스'를 판매하던 딜러사의 명성을 빌리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지커라는 신생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KCC가 선택하고 보증하는 차", "아우디를 관리하던 곳에서 수리해 주는 차"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는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2. '지커 코리아'와 손잡은 빅4 딜러사 라인업 심층 분석
오늘(12월 2일) 계약 식장에서 공개된 파트너사들의 면면은 단순한 신생 판매점 수준이 아닙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던 '큰손'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에서 지커의 한국 진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엿볼 수 있습니다. 각 딜러사의 배경과 역할을 상세히 뜯어보겠습니다.
① KCC모빌리티 (KCC오토그룹) - 수도권 공략의 선봉장
가장 눈에 띄는 파트너는 단연 KCC모빌리티입니다. KCC오토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등 럭셔리 브랜드를 유통해 온 명실상부 국내 최상위 거대 딜러 그룹입니다.
- 배경: 오랜 기간 하이엔드 고객을 응대하며 축적된 프리미엄 서비스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역할: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요지의 유통망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남, 서초 등 수입차 격전지에 지커 전시장이 들어선다면, 'KCC'라는 브랜드 파워만으로도 지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단숨에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② 아이언EV (아이언오토) - 부산·경남권의 프리미엄 거점
아이언EV는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아우디(Audi) 공식 딜러사로 활약해 온 '아이언오토'를 모태로 합니다.
- 배경: 부산·경남 지역은 수도권 다음으로 큰 수입차 시장입니다. 아우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높은 수준의 고객 케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역할: 부산 및 경남권 거점을 책임집니다. 특히 지역 특색에 맞는 밀착형 마케팅과 독일차 수준의 정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방 고객들의 A/S 우려를 해소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③ ZK모빌리티 (고진모터스 계열 추정) - 독일차 DNA의 이식
업계에서는 ZK모빌리티를 아우디 판매의 거목인 '고진모터스' 계열로 보고 있습니다.
- 배경: 고진모터스는 오랜 기간 아우디의 판매와 정비를 담당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합니다.
- 역할: 수도권 및 주요 거점의 판매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메우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일차 특유의 체계적인 부품 수급 및 정비 매뉴얼을 지커 시스템에 도입하여, 서비스 퀄리티를 상향 평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④ 에이치모빌리티ZK (한영모터스 계열 추정) - 보수적 시장의 틈새 공략
에이치모빌리티ZK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렉서스와 토요타를 판매해 온 '한영모터스' 계열로 추정됩니다.
- 배경: 대구와 경북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소비 성향이 강하며, 꼼꼼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일본차(렉서스)의 점유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 역할: 일본차 딜러 특유의 섬세하고 친절한 '오모테나시(환대)' 서비스 정신을 지커에 접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 있는 보수적인 지역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3. 향후 전망: "A/S 걱정 없는 중국차", 실현될 수 있을까?
이번 딜러십 계약 체결이 주는 가장 큰 함의는 지커가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센터 운영 방안이 확정 발표된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지커가 맨땅에서 새로 센터를 짓는 방식보다는 파트너사들의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①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성 (Leverage)
KCC나 아이언EV 등 파트너사들은 이미 각 거점에 대규모 정비 공장과 숙련된 테크니션, 워크베이(Workbay)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커가 이들과 손을 잡은 이상, 딜러사들이 보유한 기존 서비스 센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거나 '지커 전용 베이'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초기 진입 시점의 A/S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② 검증된 서비스 노하우의 이식
설령 서비스 센터 건물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시스템과 인력의 노하우는 공유될 가능성이 큽니다. 벤츠와 아우디, 렉서스를 관리하던 딜러사들의 체계적인 고객 관리(CRM) 시스템과 정비 프로세스가 지커에 이식된다면, 소비자는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에 준하는 서비스 경험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고장 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을 "KCC나 고진 계열이 관리하니 믿을 수 있다"는 신뢰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마치며: 지커의 '영리한 전략', 한국 시장 통할까?
2025년 12월 2일, 오늘 이루어진 딜러십 계약은 지커가 한국 시장을 단순히 '테스트베드'가 아닌, 반드시 성공해야 할 '핵심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차는 정말 좋은데, A/S가 불안해서 못 사겠어." 그동안 중국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이 마지막이자 가장 큰 걸림돌을, 지커는 KCC와 같은 국내 최상위 파트너들과 손잡음으로써 영리하게 제거했습니다.
본격적인 차량 출시와 전시장 오픈이 임박했습니다. 과연 이 강력한 '빅4 딜러 네트워크'가 한국 수입차 시장의 견고한 벽을 뚫고 '지커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2026년 한국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주목됩니다. 지커의 이러한 행보는 향후 한국에 진출하려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에게도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입니다.